농축적혈구, 농축혈소판, 신선혈장 등의 수혈용 혈액성분제제는 각 혈액성분의 크기, 밀도, 침전속도 차이를 원심분리 방법을 이용하여 전혈(whole blood)로부터 분리된다. 이러한 혈액제제의 제조법은 혈소판풍부혈장법(platelet-rich plasma method, PRP법)과 백혈구연층법(buffy-coat method, BC법)이며, 1966년과 1985년에 각각 처음으로 개발되어 현재까지도 주로 사용되고 있다[1]. PRP법은 top-and-top 방식의 혈액백에 1차 혈액백(primary blood bag)의 분지관을 상단에 적용하여 농축적혈구와 혈소판풍부혈장을 분리한 후, 다시 혈소판풍부혈장을 농축혈소판과 혈장으로 분리한다. 반면 BC법은 top-and-bottom 방식의 3중 혹은 4중 혈액백에 1차 혈액백의 분지관을 상단과 하단에 적용하여 농축적혈구, 백혈구연층, 혈장으로 분리하고, 분리된 백혈구연층으로부터 농축혈소판을 얻는다[1,2] (Fig. 1). 우리나라와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PRP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유럽을 중심으로 한 많은 주요국에서 BC법을 채택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호주, 캐나다 등 12개국의 농축혈소판제제 공급현황조사에 따르면, BC법으로 제조한 농축혈소판의 비율은 80.0% 증가했으나, PRP법으로 제조한 농축혈소판의 비율은 70.7% 감소하였다[3]. 또한 PRP법을 적용한 인도에서는 2020년부터 BC법을 도입하여 농축혈소판제제를 공급하고 있다[4].
이처럼 BC법에 의한 제조가 증가하는 것은 BC법이 PRP법과 비교하여 제조 과정에서 적혈구의 손실[5]과 2,3-DPG의 감소[5,6], 혈액응고 제8인자(Factor VIII)의 감소[7] 등의 단점이 있지만, 혈소판 및 혈장의 높은 회수율[5], 낮은 혈소판 활성화[8,9], 수혈 후 면역 이상 반응과 같은 수혈부작용의 감소[10], 익일 유보의 제조 형태(over-night hold)를 통한 전혈 내 백혈구에 의한 식균작용의 효과로 박테리아 감염 위험 감소[11] 등의 주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상용화 장비나 프로토콜을 이용하여 혈액성분제제 제조 자동화, 저장 전 농축혈소판의 혼주(pooling) 및 백혈구제거, 혈소판보존액(platelet additive solution) 및 병원체불활화법(pathogen inactivation technique) 적용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1]. 반면, PRP법은 BC법과 비교하여 제조과정이 비교적 단순하여 요구되는 장비 및 초기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으나 제조과정 중 농축적혈구와 농축혈소판에 백혈구의 혼입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12] (Table 1).
2020년 보건복지부는 혈액관리와 관련된 정책과 방향을 수립하는 ‘제1차 혈액관리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하였는데, 이 계획에는 백혈구제거혈액제제의 공급 확대가 포함되어 있었다. 백혈구제거혈액제제는 수혈 후 발열 반응, 사람백혈구항원(HLA) 동종면역 및 수혈 관련 바이러스 감염(CMV 등)을 예방하는데 이점이 있어, 많은 국가에서 백혈구제거혈액제제를 100% 공급하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시행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백혈구제거혈액제제의 공급 확대를 위해, 혈액제제의 제조법을 기존 PRP법에서 BC법으로 변경하고 생산방식을 자동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제시하였다.
자동화 장비는 기존의 제조 방식에 비해 공정 시간을 단축, 적혈구 및 혈소판제제의 수율 증대, 혈액백의 손상으로 인한 폐기율 감소, 용혈성 혈장의 감소, 운영 인원 및 설치 공간 감소[13], 혈액제제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ood manufacturing pra-ctices, GMP) 규제 요건에 따른 필수적인 데이터의 기록과 혈액정보 전산시스템과 연계가 가능하여 데이터의 추적성과 완전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생산방식의 자동화는 1980년대부터 혈액성분제제의 균질성, 안전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주요방안으로, 1세대 자동화 장비인 Optipress (Fenwal Inc, Lake Zurich, IL, USA)와 CompoMat (Fresenius Kabi AG, Bad Homburg, Germany)는 원심분리된 혈액성분을 추출하는 과정이 부분적으로 자동화되었으나, 수작업이 많이 필요하여 효율성이 낮았다. 2세대 장비인 OrbiSac system (Terumo BCT, Lakewood, CO, USA) 원심분리 외에도 성분 분리 기능이 추가되었으나,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수작업이 요구되었다. 현재 3세대 수준의 자동화 장비인 Reveos 3C system (Terumo BCT Inc.)은 PRP법 기반의 전혈분리기술을 적용하여 원심분리 및 성분분리과정을 포함한 대부분의 제조과정을 자동화하였으며, 제조과정 중에 수집되는 데이터를 혈액원 및 병원의 전산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상용화하였다. 이 시스템은 농축적혈구, interim platelet unit (IPU), 혈장을 단일 프로세스로 제조하고, IPU는 한 단위의 농축혈소판제제로 농축혈소판혼주에 이용된다[14]. 2010년 이후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3세대 자동화 장비를 적용한 BC법의 혈액성분제제 제조 연구 사례가 보고되었으며[13], 룩셈부르크 적십자사(Luxembourg Red Cross, LRC)는 2014년부터 기존 BC법 제조방식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2018년부터는 병원체불활화법을 의무적으로 적용하였다[15]. 또한 2023년 유럽연합은 EDQM 가이던스를 통해 전혈유래 혈소판제제 제조방법에 single centrifugation method를 도입하여 3세대 자동화 장비에 적용된 제조방법을 포함하였다[16].
그러나 BC법 전환 및 생산방식 자동화 도입은 경제성 평가 외에도 신규 의료장비 및 소모품의 도입, 전혈 채혈량의 변경, 신규 혈액성분제제의 품목허가와 같이 규제적인 문제가 함께 수반된다. BC법은 익일유보과정을 통하여 농축혈소판과 동결혈장(frozen plasma within 24 hours)을 제조하는 반면에 PRP법은 채혈 후 8시간 이내에 농축혈소판과 신선동결혈장(fresh frozen plasma)을 제조해야 한다. 또한 혼주농축혈소판제제의 혈액원 제조가 가능하기에[1] 이를 반영한 제조 및 공급 관련 규제의 개정이 필요하다. Gammon 등[17]은 PRP법을 채택한 미국이 BC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제조 방식 변경에 따라 생산된 신규 혈액성분제제의 FDA 승인, 제조 공정 변경에 따른 경제성 평가, 기술 도입에 필요한 장비 및 소모품 공급업체, 제조방식 변경에 따른 수급문제 최소화를 위한 단계적 도입 방안의 검토가 필요함을 보고하였다. 이처럼 추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대두되어 미국은 BC법으로 전환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국가에서 혈액제제 제조방법을 변경하고 제제 생산방식을 자동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계획하였으나,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는 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2023년 미국 FDA는 single centrifugation method를 적용한[18] 자동혈액처리시스템인 Reveos (Terumo BCT Inc.)를 최초로 510(K) 인증하였다. 이는 BC법으로 혈액처리시스템을 변경하지 않고, PRP법을 자동화한 사례이다. Reddoch-Cardenas 등[19]은 해당 Reveos 시스템을 이용하여 익일유보를 적용하여 제조한 농축혈소판이 채혈 당일 분리 제조한 농축혈소판과 비교하여, 혈소판 수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며, 혈소판 활성화 지표인 CD62P (P-selectin)의 발현 및 pH 감소가 낮은 것으로 확인하였다.
미국 FDA가 인증한 Reveos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사례는 한국에서 고려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소규모 단위의 제조시설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검증을 통해 점차 확대해 나간다면 시스템 도입에 필요한 초기비용을 낮추고 생산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Reveos 자동화 시스템은 450 mL 기준의 혈액백을 적용하였기에 국내의 320/400 mL 혈액백 시스템과는 호환되지 않으며, 장비의 전용 소모품으로 인한 독점 및 가격 문제, 자동화 장비의 전산보안 안전성, 자동화 제조공정특성을 반영한 GMP 관리기준 상세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도입 전에 여러 전문가들의 후속 연구와 논의를 통해 최적의 방안을 결정하고, 이를 통해 혈액제제 제조공정을 백혈구제거가 용이하도록 개선하여 국내 혈액 안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농축적혈구, 농축혈소판, 신선혈장은 원심분리 과정을 통해 전혈로부터 분리된다. 주요 제조방법으로는 혈소판풍부혈장법(PRP법)과 백혈구연층법(BC법)이 사용되고 있다. BC법은 혈소판 및 혈장의 높은 회수율, 낮은 혈소판 활성화, 수혈부작용의 감소로 인하여 채택이 증가하고 있다. 제1차 혈액관리기본계획(2021∼2025)에서는 백혈구제거혈액제제의 공급 확대를 위해 PRP법에서 BC법으로 전환하고, 자동화의 도입을 고려하였다. 그러나 여러 문제로 인해 이 전환은 지연되고 있다. 2023년 미국 FDA는 BC법으로 전환하지 않고 single centrifugation method를 사용한 자동혈액처리시스템을 인증하였다. 본 논문의 목적은 이러한 방안들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