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의학에서 Rh 혈액형은 ABO 혈액형 다음으로 큰 임상적 중요성을 갖는다[1]. 이것은 Rh 혈액형에 속하는 항원들의 강한 면역원성으로 인하여, 인체 내로 부적합 Rh 항원을 가진 혈액이 수혈될 경우 이에 대한 항체를 높은 빈도로 생성하기 때문이다[2]. 특히, RhD 음성인 사람에게 RhD 양성 적혈구가 수혈될 경우 anti-D 항체가 형성되며, 이는 추후 치명적인 용혈성수혈반응 또는 Rh태아신생아용혈성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3]. 따라서 혈액은행 검사실의 수혈전검사에서 수혜자 및 혈액제제에 대한 RhD 혈액형검사는 ABO 혈액형검사와 함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검사이다. RhD 혈액형검사를 위한 anti-D 시약의 품질은 안전한 수혈을 위한 필수요소이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는 anti-D 시약의 표준물질을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한 최소 권장 역가를 제시한 바 있다[4].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2015년에 발간한 ABO 혈액형(혈구형/혈청형) 검사용 시약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5]을 통해 설정된 기준치(≥64) 이상의 응집소 역가를 가진 anti-D 시약을 허가하고 있다.
저자들이 속한 기관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800병상 규모의 시립공공병원으로 연간 1만~1만 3천 건의 수혈이 이루어지고 있다. 본 기관의 혈액은행 검사실에서는 수기법으로 ABO 및 RhD 혈액형검사를 수행하며, 플레이트(plate)법과 시험관법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혈액형검사를 위해 분기마다 400개의 anti-D 시약을 구매하는데, 2024년 1분기에는 약 1개월 동안 시약 공급이 미뤄지면서 원내 보유한 anti-D 시약이 최소 재고 수준(50개) 이하인 30개까지 감소하였다. 본 기관에서 사용하는 anti-D 시약은 해외에서 원재료를 공급받아 국내에서 제조되는 제품으로 올해 초 원재료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시약 제조에도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만약 시약 공급이 1개월 이상 더 연기된다면 anti-D 시약이 모두 소진되어 혈액 출고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저자들은 시약 공급 지연이 장기화될 가능성과, 금번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국내 anti-D 시약 제조사 수가 매우 한정적이며 anti-D 시약의 원재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상,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anti-D 시약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비상계획으로 anti-D 시약을 희석하여 사용하는 방법의 유효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anti-D 시약(SIHDIA Anti-D, 신양화학약품, 서울, 한국)은 단클론항체 IgM (TH-28)과 단클론항체 IgG (MS-26)가 혼합된 저단백(low-protein) 제품이다. 시험관에 anti-D 시약 2 mL를 담고 동량의 멸균생리식염수와 혼합하였다. 이것을 다시 2 mL 취해 동량의 멸균생리식염수와 혼합하는 방식으로 2X부터 256X 희석액까지 총 8개의 희석액을 준비하였다. 희석된 anti-D 시약의 보관방법은 제품설명서에서 제시한 내용을 따랐다. 희석된 anti-D 시약은 밀봉하여 검사에 사용할 때까지 4℃에서 보관하였다.
Anti-D 시약 원액과 앞에서 만든 8개의 anti-D 희석액을 이용하여 시험관법과 플레이트법으로 RhD 혈구형검사를 시행하였다. 검체는 RhD 양성 환자로부터 얻은 잔여 검체를 이용하였다. 플레이트법에서는 스틱으로 적혈구와 시약의 혼합액을 원형으로 혼합하면서 응집이 개시되는 시간(초)을 측정하였다. 모든 RhD 검사의 판독은 능숙한 검사자 2명이 함께 시행하였다.
내부정도관리용으로 판매되는 2종의 적혈구부유액(ID-Internal Quality Control, Bio-Rad Laboratories, Cressier, Switzerland; iMR.QC, 미르싸이텍, 서울, 한국)과 8배 희석한 anti-D 시약을 이용하여 RhD 혈구형검사를 30일 동안 매일 시행하였다. 검사는 시험관법으로 수행했으며, 첫 날 희석한 anti-D 시약을 30일 동안 사용하였다.
RhD 양성으로 확인된 환자의 잔여 혈액 검체와 8배 희석한 anti-D 시약을 이용하여 RhD 혈구형검사를 30일 동안 매일 시행하였다. 검사일 당일에 접수된 환자 검체 중 과거에 검사한 Rh혈액형 결과가 있으며 RhD 양성으로 재확인된 검체를 무작위적으로 두 개 선정하였다. 검사는 시험관법과 플레이트법으로 수행하였다.
먼저 RhD 혈구형검사에서 다양한 배수로 희석된 anti-D 시약에서 반응성의 차이를 보이는지 조사하였다. 이를 위해 anti-D 시약을 2배씩 연속적으로 희석하여 256배 희석한 시약까지 총 9개의 anti-D 시약을 만들고, 이를 이용하여 RhD 양성 환자 혈액에 대해 시험관법과 플레이트법으로 RhD 혈구형검사를 시행하였다(Table 1). 시험관법을 이용한 검사에서 anti-D 시약 원액부터 128X 희석액까지 모두 4+의 응집을 보였으며, 256X 희석액에서 3+로 감소하였다. 플레이트법을 이용한 검사에서 anti-D 시약 원액부터 16X 희석액까지는 3+의 응집을 보였으며 32X 희석액부터 2+로 감소하였다. 추가로 항원항체결합력(avidity)의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혈구 응집이 일어난 시간(초)을 측정하였다[6]. 혈구 응집이 일어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anti-D 시약 원액부터 8X 희석액까지 모두 10초였으나, 이후 16X 희석액부터 점차적으로 증가하여 256X 희석액에서 45초에 해당했다. 결과적으로 시험관법과 플레이트법 모두에서 anti-D 시약 원액과 동일한 결과를 보인 최대 희석 배율은 8배였다. 따라서 이후 실험에서는 8배 희석된 anti-D 시약을 이용하였다.
다음으로 8배 희석한 anti-D 시약의 반응성(민감도 및 특이도, 반응 강도) 및 안정성을 조사하기 위해 검체 수와 검사 기간을 늘려 RhD 혈구형검사를 시행하였다. 구체적으로 내부정도관리용으로 사용되는 RhD 양성 적혈구부유액 2종과 RhD 음성 적혈구부유액 2종, 그리고 매일 2개의 RhD 양성 환자 검체를 대상으로 30일 동안 RhD 혈구형검사를 시행하였다(Table 2). 8X anti-D 희석액과 정도관리물질을 이용한 검사에서 30일 동안의 모든 결과는 해당 적혈구부유액의 알려진 표현형과 일치하였다. 2종의 RhD 양성 정도관리물질은 30일 동안 모두 4+의 응집을 보였으며, 2종의 RhD 음성 정도관리물질은 응집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8X anti-D 희석액을 사용하여 매일 2명씩 30일 동안, 총 60명의 RhD 양성 환자 검체를 검사했을 때 anti-D 시약 원액을 이용한 검사와 동일한 수준의 반응 강도를 보였다(Table 2). 시험관법에서 모두 4+의 응집을 보였고 플레이트법에서는 2+에서 3+ 사이의 응집을 보였다.
본 연구에서는 RhD 혈구형검사를 위한 anti-D 시약 부족 시 사용할 수 있는 비상계획으로 anti-D 시약을 희석하여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는 anti-D 시약 제품에 대해 적절한 희석배수(8X)를 결정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30일 동안 60개 이상의 검체를 이용한 RhD 혈구형검사에서 희석된 anti-D 시약의 반응성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적정희석배수로 8배 희석을 제시하였다. Thorpe 등[4]이 2006년 발표한 논문에서 45종의 저단백 단클론항체 anti-D 시약에 대해 역가시험을 진행했을 때 93%의 시약이 64 이상의 역가를 보였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허가되는 anti-D 시약의 역가 기준을 ≥64로 명시하고 있다[5]. 즉, 본 연구에서 제시한 희석배수(8X)는 시판 중인 대부분의 시약의 역가보다 훨씬 작으므로 검사의 민감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한편, anti-D 시약의 희석은 검사의 민감도 및 특이도에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항원항체결합력을 감소시켜 반응강도 및 반응시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RhD 혈구형검사에서 정상에 비해 반응강도가 낮아지거나 반응시간이 길어질 경우, 약-D형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추가 검사가 필요하고 혈액 출고 시간이 늦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anti-D 시약의 적정희석배수는 항원항체결합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여야 한다. 플레이트법 검사에서 혈구 응집이 일어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항원항체결합력을 반영한다고 알려져 있다[6]. 본 연구 결과 anti-D 시약의 2X부터 8X 희석액은 원액과 비교하여 응집 시간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항원항체결합력에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여 8X를 최대 적정희석배율로 결정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8배 희석한 anti-D 시약의 반응성을 30일까지 확인하였다. 희석에는 멸균생리식염수를 사용하였고 어떠한 보존제나 강화제를 포함하지 않았다. 희석한 시약은 매일 1회 개봉하여 검사에 사용하였고 검사 후에는 밀봉하여 4℃에서 보관하였다. 8배 희석한 anti-D 시약의 반응성은 위 조건에서 최소 30일 동안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그러나 일일 사용횟수가 증가하거나 더 오랜 기간 보관이 필요한 경우에는 세균 오염의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아지드화나트륨(sodium azide)과 같은 보존제 첨가가 필요할 수 있겠다.
이 연구의 한계점으로는 1종의 anti-D 시약에 대해서만 검증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anti-D 시약은 국내 검사실에서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제품으로 단클론항체 IgM과 단클론항체 IgG가 혼합된 저단백 시약이다. 이러한 저단백 단클론항체 시약은 과거 쓰이던 고단백 다클론항체 시약에 비해 반응의 특이도와 응집강도가 향상되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7]. 앞서 언급한 Thorpe 등[4]의 연구에서 테스트한 45종의 저단백 anti-D 시약 중 93%가 64 이상의 역가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본 연구의 결과는 대부분의 시판 중인 anti-D 시약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시판 제품에 대해서도 희석 사용이 가능할지는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본 연구에서 약-D 표현형을 가진 환자 검체에 대해 검사하지 못한 점도 한계점으로 생각된다. 약-D 표현형은 한국인의 약 0.01%에서 발견되며[8], 본 기관에서 연구가 진행된 기간 동안 약-D 표현형 적혈구는 확보할 수 없었다. Lai 등[9]이 본 연구에서 사용한 anti-D 시약과 동일한 단클론항체 조합(TH-28 및 MS-26)을 가진 anti-D 시약을 사용하여 다양한 약-D 표현형 적혈구를 검사했을 때 weak D type 1과 type 3 일부에서 약한 응집을 보였다. 이러한 약-D형 적혈구의 경우 8배 희석한 anti-D 시약을 사용한다면 원액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정도의 약한 응집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8X anti-D 희석액을 이용한 시험관법 혈구형검사에서 4+ 미만의 응집이 나타난다면 anti-D 시약원액을 이용한 재검 및 약-D 테스트를 시행함으로써 약-D 표현형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anti-D 시약의 적정희석배수는 RhD 양성 검체 3예에 대한 결과를 기반으로 결정하였다. Anti-D 시약의 허가를 위한 식품의약품안전처 가이드라인[5]에서 제시한 검체수(RhD 양성 4예 및 약-D형 1예) 이상의 기준을 적용한다면 더욱 정확한 적정희석배수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RhD 검사는 안전한 수혈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검사이며, 검사용 시약은 제품설명서에 적힌 대로만 사용하여야 한다. 즉, 시약을 희석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anti-D 시약을 일시적으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검사가 진행되지 못하면, 적합한 혈액을 출고하지 못해 환자에게 더 큰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혈액형검사용 anti-D 시약이 부족한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저단백 단클론항체 anti-D 시약을 희석하여 사용하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음을 제안하고자 한다. 단, anti-D 시약의 희석 사용은 시약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기간에 한정하여 시행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Anti-D 시약의 적정희석배수는 각 검사실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종류 및 검사실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본 연구에서 사용한 방법을 참고하여 결정하는 것을 권장한다.
배경: 2024년 초 혈액형검사용 anti-D 시약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여 본 검사실 내 anti-D 시약이 최소 재고 수준 이하로 감소하였다. 이에 anti-D 시약 부족에 대비한 비상 계획으로 희석된 anti-D 시약의 적절성을 검증하고자 하였다.
방법: 저단백 다클론항체 anti-D 시약을 연속적으로 희석하여 2X에서 256X까지 총 8가지 희석액을 준비하였다. Anti-D 시약 원액과 8가지 anti-D 희석액을 사용하여 시험관법과 플레이트법 방식으로 RhD 검사를 수행하여 적절한 희석배수를 선정하였다. 선정된 희석배수의 anti-D 시약 반응성과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내부정도관리용 적혈구 및 RhD 양성 환자 검체에 대해 30일 동안 RhD 검사를 수행하였다.
결과: 시험관법과 플레이트법 모두에서 anti-D 시약 원액과 동일한 결과를 보인 최대 희석배율은 8배였다. 8X anti-D 희석액을 내부정도관리용 적혈구부유액 및 환자 검체에 대해 테스트한 결과, anti-D 시약 원액과 동일한 반응을 보였으며 30일 동안 반응성이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결론: 본 연구에서는 RhD 혈구형검사를 위한 저단백 단클론항체 anti-D 시약을 희석하여 사용하는 방법의 유효성을 확인하였다. 이에 본 저자들은 혈액형검사용 anti-D 시약이 부족한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시약을 희석하여 사용하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음을 제안한다. 본 연구에서 적정희석배수로 8배를 제시하였으나 이는 각 검사실에서 사용하는 제품의 종류 및 검사실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