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은 일반적으로 무증상이지만, 해당 환자의 적혈구를 37℃ 미만으로 저장할 경우 칼륨의 누출이 증가하게 된다[6]. ABCB6는 모든 조혈모세포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인데[7], 마우스 모델에서 거대핵세포(megakaryocyte)에 대한 연구는 ABCB6 결핍이 골수에서의 거대핵세포의 증식과 이에 따른 동맥 경화와 관련이 있음을 보고하였고, 이는 ABCB6가 혈소판 생성 및 기능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였다[8]. 성숙한 적혈구에서 ABCB6 단백질의 정확한 기능은 불분명하지만 적혈모구(erythroblast)에서는 포르피린 수송에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9].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을 유발하는 변이가 몇 가지 보고된 바 있는데[10,11], 변이 종류에 따라 다양한 온도에 따른 양이온 노출 양상을 보인다[12]. 가장 대표적인 변이인 rs148211042 변이 빈도에 대한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이전 연구에서 그 빈도를 1:391로 보고한 바 있으며, 최근 연구에서는 아시아인에서의 빈도를 1:707로 제시하였다[13].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을 갖는 헌혈자로부터 유래된 적혈구제제의 수혈 관련 부작용으로, 대량 수혈 시 고칼륨혈증(transfusion-associated hyperkalemia)이 유발될 수 있고, 특히 신생아와 유아에서 수혈 관련 고칼륨혈증이 심정지와 인과적으로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14-17]. 실제로 신생아의 심장 수술 전에 rs148211042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헌혈자들로부터 채혈된 적혈구제제에서 높은 칼륨 농도가 확인된 사례가 있으며, 해당 저자들은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의 적혈구가 낮은 온도에서 칼륨을 빠르게 누출함을 확인하였다[18].
따라서 고칼륨혈증에 취약한 환자의 경우, 수혈 시 헌혈자의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 여부가 임상적 중요성을 가질 수 있겠다. 2022년 대한적십자에서 수혈용으로 공급한 적혈구제제가 총 1,780,216단위이므로[19], 만약 국내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 유전자 변이를 갖는 인구의 빈도가 1:707이라고 가정하면 그중 2,518단위가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의 가능성이 있는 헌혈자로부터 채혈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적혈구제제 내의 고농도 칼륨은 수혈 시 성인 및 소아에서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대량 수혈 시나 수혈자가 정상 칼륨 농도 항상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저혈압을 갖고 있는 경우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16]. 수혈로 인한 고칼륨혈증 부작용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보관 기간이 짧은 적혈구제제를 사용하거나 보관 기간이 긴 경우에는 세척 적혈구를 수혈하는 방법이 있으며[14,20], 수혈 시 칼륨 필터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21].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수준의 수혈 관련 고칼륨혈증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대표적인 국외 혈액안전감시체계인 영국 SHOT (Serious Hazards of Transfusion)에서도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으며 한국혈액안전감시체계에서도 보고된 바 없다. 이는 아마도 수혈로 인한 고칼륨혈증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신생아 및 영아의 경우 총 혈액량이 매우 작아 수혈 관련 고칼륨혈증에 유의해야 하는데, 특히 심장 수술을 시행하거나 교환 수혈을 시행 시처럼 대량 수혈이 진행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영국의 경우 태아, 신생아 또는 영아 수혈 예정자의 고칼륨혈증 유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헌혈 시점으로부터 5일 이내의 신선한 적혈구제제를 수혈하도록 하고 있고, 환자를 심장 우회로(cardiac bypass)에 연결하기 전에 심장 우회액에서 칼륨 수준을 측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20]. 또한 영국 혈액원(UK Blood Service)에서는 수혈 관련 고칼륨혈증의 빈도가 매우 낮을지라도 잠재적인 재앙적 결과와 예방 원칙에 기초하여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을 갖는 것으로 확인된 헌혈자의 경우 신생아와 영아를 위한 적혈구제제 헌혈에서 유예시키고 있다[13]. 국내 수혈가이드라인에서도 자궁 내 수혈과 신생아교환수혈은 채집된 지 5일 이내의 혈액에 대하여 방사선 조사 후 24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또한 방사선 조사 적혈구농축액 수혈 시 주의사항으로, 해당 제제는 방사선을 조사하지 않은 혈액보다 상청액의 칼륨이 상승하므로, 이들 적혈구를 급속 수혈 시, 대량 수혈 시, 신부전 환자나 미숙아 수혈 시, 체외막산소요법(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ECMO) priming 시 칼륨 증가로 심정지 및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방사선 조사 후 24시간 이내에 수혈하거나 세척한 후 수혈하여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22].
방사선 조사 시 혈액제제 상청액의 칼륨농도가 증가하는 기전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여러 가설들이 제시된 바 있다. 방사선 조사는 적혈구 막의 밴드3 음이온 교환기(band 3 anion exchanger) 및 스펙트린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23-26]. 스펙트린 네트워크는 인지질 이중층과 상호 작용하며 그 역할은 적혈구의 탄성 변형성과 이중 오목 형태를 유지하는 것인데, 스펙트린의 파괴는 막 비대칭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27]. 그러나, 방사선 조사와 적혈구의 변형 사이의 명확한 인과 관계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28]. 최근에는 감마선 및 엑스선 조사 모두 적혈구제제에서 미세 입자(microparticle) 형성의 증가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나 방사선 조사가 막 손상을 초래하는 것은 분명함을 시사하였다[29].
방사선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냉장 보관만으로도 상청액의 칼륨 농도가 증가하는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인 헌혈자로부터 채집된 적혈구제제의 방사선 조사 시 대조군인 정상 적혈구제제의 방사선 조사 시보다 상청액의 칼륨 농도가 더 높아지는지 평가가 진행된 바 있는데, 해당 연구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30]. 따라서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인 헌혈자로부터 채집된 적혈구제제의 방사선 조사 시 정상군에서 채집된 적혈구제제에 비해 추가적인 고칼륨혈증의 위험도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학의 발전과 함께 최근 헌혈자의 유전자형 변이 측면이 수혈의 효과 및 부작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헌혈자를 대상으로 한 보다 광범위한 유전형 분석이 시행되고 있다.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 여부에 대해 헌혈자를 사전에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향후 비용 효과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고칼륨혈증의 위험성이 낮은 수혈자에 대해서는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의 혈액제제가 부적합하다는 증거는 없으므로,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유전자 검사 어레이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모든 헌혈자에 대해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의 정확한 국내 빈도 및 적혈구제제 상청액의 칼륨 농도 증가 여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가족성 거짓고칼륨혈증 헌혈자로부터 채혈된 혈액제제가 수혈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특히 태아 및 영유아, 고칼륨혈증의 위험이 있는 환자에서 고칼륨혈증 유발 위험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성 가성고칼륨혈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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