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 Coronavirus disease (COVID-19)의 팬데믹(pandemic)을 선포한지도 약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변이로 인해 확진자와 사망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도 확실한 치료와 예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연관되어 수혈과 혈액공급에 대해서도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였으며, 다만 이번 원인 바이러스인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SARS-CoV-2)는 호흡기계 바이러스이므로 혈액을 통한 직접적인 전파와 관련성이 없다는 보고가 다수이므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으나[1,2], 혈액을 공급하는 영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격리단계 변화에 따라 헌혈장소의 관리가 어려움, 혈액원 종사자의 근무부담이 증가, 사회적거리두기와 모임인원 축소와 같은 보건정책으로 인한 단체나 개인의 헌혈 동기가 위축 및 헌혈지원자의 헌혈 전 COVID-19 감염여부 확인과 백신접종 후 7일간 헌혈참여 금지 등으로 인하여 혈액공급에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혈액공급의 문제는 COVID-19 이전에도 이미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인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었으며, 2020년도 혈액사업통계연보에 의하면 헌혈자 수도 2015년 3,082,918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여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으며 자세한 현황과 헌혈률은 Table 1에 정리하였다.
이전부터 보건당국뿐만 아니라 대한수혈학회에서도 안전한 수혈과 안정적인 혈액공급을 위해 많은 노력이 있어 왔다. 채혈오류와 검사관련오류를 개선하고 새로운 혈액수급 감시체계를 개발하려고 연구를 시행하였다. 또한 새로운 혈액매개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희귀혈액형에 대한 수급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등 여러 형태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노력과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왔다. 이에 따라 현재 안정적인 혈액수급을 위해 혈액원의 혈액공급량과 재고량, 의료기관의 혈액사용량 및 재고량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국내에 공급되는 혈액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의 사용량과 재고량은 혈액정보관리시스템(Blood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BIMS)과 혈액정보공유 시스템(blood information sharing system, BISS)을 통하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www.bloodinfo.net)에서 실시간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수혈 및 혈액관리에서 다른 시각과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던 많은 연구와 노력은 안정적인 혈액공급에 집중되어왔다면 이제는 효율적인 혈액소비, 즉 혈액사용에 대한 적절성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러한 Covid-19 팬데믹과 유사한 상황이 향후에 다시 재발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백신의 부족으로 우리 국민 또한 백신투여에 분배의 윤리와 공정성이 논의 되는 현재의 상황은 멀지 않은 미래에 점차 감소가 예상되고 있는 공공재로서의 혈액 또한 마치 1970년대의 석유파동 때와 같이 지금부터라도 비효율적인 혈액소모를 줄이기 위한 의료계와 보건사회적인 의식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에 비해 수혈에 필요한 혈색소(hemoglobin) 기준은 많이 감소하여 2016년에 개정된 제4판 대한수혈학회 수혈가이드라인 기준대로 혈색소 10 g/dL 이상에서 수혈하는 의료진은 보기 어렵다. 다만 아직도 7∼10 g/dL 구간의 수혈지침의 기준은 모호하며 강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진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수혈이 진행된다. 만약 수술 전 빈혈을 대비한 철분제나 적혈구생성인자와 같은 약물 투여를 하였거나, 주술기에 실혈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지혈제의 사용이나 혈액을 회수하여 재사용 등이 고려가 되었다면 수혈을 위한 혈색소의 기준은 10 g/dL가 아닌 8∼9 g/dL 이하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적지 않은 양의 혈액이 더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수혈을 결정할 때 혈색소 수치가 7∼8 g/dL 이하에서 수혈을 시작하는 제한적 적혈구 수혈전략과 9∼10 g/dL 이하에서 수혈을 시작하는 자율적 적혈구 수혈전략이 있으며 이와 관련된 효율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있다[3,4]. 하지만 전세계가 어려움을 격고 있는 부족한 백신공급처럼 만약 혈액공급에도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면 이러한 논란의 결과는 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제한적이고 효율적 수혈을 위해서는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가 필수적이며 지금 같은 펜데믹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5]. 이와 관련한 자료는 미주지역 관련학회(The Society for the Advancement of Blood Management, www. sabm.org), 유럽지역 관련학회(The Network for the Advancement of Patient Blood Management, Haemostasis and Thrombosis, www.nataonline.com), 호주(National Blood Authority Australia, www.blood.gov.au/pbm) 그리고 국내의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The Korean Society for Patient Blood Management, www.kpbm.kr) 등을 통해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019년 12월 3일 혈액관리법 제9조의2(의료기관의 준수사항)가 신설되면서 각 의료기관마다 수혈관리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혈액관리의 역할과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많은 관심을 받아왔던 안전하고 안정적인 혈액공급관리 뿐만 아니라 수혈적응증 입력 프로그램 개발처럼[6] 많은 병원에서 수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혈액은 국민의 질병과 외상을 치료함에 있어 필수적인 의료자원이지만 장기간 보관할 수 없고 사람간의 기증 이외에는 생산이 불가능한 제한적인 생물자원이다. 그러므로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상황에 대비하여 새로운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혈액대체방법 개발 및 국가적인 혈액관리 정책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그 중심적 역할에는 수혈 및 혈액공급과 관련된 가장 많은 노력과 연구를 진행해왔던 대한수혈학회가 필수적이며 수혈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데에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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