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에 발견된 Kell 혈액형은 K, k, Kpa, Kpb, Ku, Jsa, Jsb 등을 포함하여 총 38개의 항원으로 구성된다[1,2]. 이 중 K 항원은
K 항원의 발현 빈도는 인종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K+ 표현형이 서구인에서는 약 9.02%, 이란 및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아시아 지역에서는 25%인데, 아프리카와 동아시아인에서는 드물게 확인된다[1]. 한편 한국인에서는 624명에 대한 유전형 분석에 의해 추정된 K+ 표현형의 빈도는 0% (0/624)였다[6]. 따라서, 한국인에서는 수혈이나 임신에 의해서 항-K가 발생하거나, 국내산 원료혈장으로 제조한 면역글로불린제제 투여에 의해서 항-K가 검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Chang 등[7]은 한 대학병원에서 시행한 비예기항체검사 103,974건의 후향적 분석에서 항-K의 빈도가 0.002%였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한, 저자들이 소속된 의료기관에서도 비예기항체 검사 시행 시 드물지 않게 항-K가 검출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인에서 항-K의 발생원인은 외국인의 혈액 수혈 뿐 아니라 세균감염 그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것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저자들은 본 의료기관에서 최근 5년간 발견된 항-K 사례들을 소개하며 이들의 발생 원인을 고찰하고자 한다.
2019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본원에서 시행한 비예기항체 선별검사 건수는 908,889건이었고, 그 중 양성을 보여 동정검사가 진행된 건은 4,083건이었다. 항-K는 총 아홉 명의 환자에게서 90건이 검출되어 비예기항체 동정검사 중 2.20% (90/4,083)였고, 선별검사 건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0.01% (90/908,889)였다. 항체를 보유한 환자들은 Table 1에 정리하였다. 아홉 명 중 여덟 명은 한국인이었고, 한 명은 미국 국적의 태평양 섬 주민(#8)이었다. 수혈력에 대해서는 네 명은 이전 수혈력을 확인할 수 없었고, 다섯 명은 한번 이상의 수혈력이 있었다. 수혈받은 총 다섯 명의 환자의 헌혈 혈액의 기원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으나, #3 및 #9 환자는 연구기간 동안 본원 이외 기관에서의 수혈력은 없었고, 공급혈액원을 통해 수혈된 혈액 모두 한국인 유래임을 확인하였다. #3의 경우 항-K 발생 전 적혈구 세 단위, 혈소판 18단위의 수혈력을 확인하였고, #9는 항-K 발생 전 적혈구 두 단위 수혈력이 확인되었다. #4 환자는 이전에 미국에서 수혈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혈액제제 종류에 대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성별로 남성이 다섯 명, 여성은 네 명이었고, 여성의 경우 모두 한 번 이상의 임신력이 확인되었다. 의무기록 조회상 모든 환자에서 면역글로불린 투여력은 없었다. 한편, 감염력을 확인하는 것에도 제한사항이 많았으나, 분석한 모든 환자는 본 의료기관에 처음 내원한 당시에 그 전 감염력에 대한 기록, 특히 어떠한 세균 또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비예기항체는 본인에게는 없는 적혈구 항원에 수혈이나 임신에 의해 노출 후 면역반응에 의해 생성된다. 그런데, 이런 노출이 없이도 항체가 생성될 수도 있다. 항-P1, 항-Lea, 항-Leb, 항-Lua, 항-Lub, 항-M, 항-N, 항-I, 그리고 항-K 등이 그런 예들이다. 항-K는 수혈이나 임신에 의해 K 항원에 노출된 경우뿐만 아니라 노출 없이도 발생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8-12]. 패혈증 또는 폐결핵과 관련되어 있다는 보고가 있었고[10,13], 그 외에 대장균 감염에 의한 장염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되었다[9]. 1988년 연구에서는
본 기관에서 검출된 항-K의 빈도는 0.01%로 선행연구에서 보고한 0.002%에 비해 높다[7]. 본 연구에서는 선행보고와 동일한 방법으로 빈도를 산출하였다. 그런데, 전체 비예기항체 선별검사 건수 대비 항-K 양성 건수로 빈도를 계산하는 것은 오류를 초래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항체를 보유한 일부 환자가 반복되어 검사를 할 경우 그 오류가 커질 수 있다. 실제 항-K를 보유한 환자(#3)가 오랜 입원기간동안 반복 동정되어, 그 빈도가 지나치게 높게 반영되었다.
본 기관에서 경험한 아홉 명의 증례들 중 다섯명은 수혈받은 적이 없었다. 감염력이나 감염의 원인균을 파악하고자 하였으나, 후향적 연구의 한계로 완벽하게 규명할 수 없었다. 그런데, 원인 규명을 적극적으로 시도한 사례가 있었다. Baek 등[16]이 보고한, 수혈력이 있는 한국인 남자 환자에서 항-K가 동정되었는데 수혈된 혈액의 헌혈자 정보를 찾지 못하였다. 이에 수혈 이외의 다른 원인으로 세균감염을 고려하고, 실험을 통해 이를 배제한 후 국내에 점차 증가하는 외국인 거주를 고려하여 항-K 유발 원인이 수혈이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간 국내 보고된 항-K에 의한 용혈수혈반응 보고는 없었다. 항-K와 K 항원 간의 높은 면역원성에도 불구하고 항-K의 임상적 의의가 서구와 달리 매우 낮은 편인데, 이는 한국인에서 K 항원의 빈도가 매우 낮은 것에 기인한다[17]. 혈청학적 검사법으로 K 항원 빈도에 관한 초기 연구에서는 0.5%로 보고되었지만, 최근 분자유전학적 검사법에 의해 대량 검체 연구에서는 모두 0%로 보고하였기에 주의가 필요하다[17,18]. 최신 검사법과 대량 검체를 분석한 결과를 보다 신뢰한다면, 한국인은 임신이나 수혈로 인해 항-K가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K 항원을 보유한 헌혈자가 현재는 거의 없으므로 비록 환자가 항-K를 보유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용혈수혈반응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 하지만, 최근 보고에 따르면 한국인이 아닌 부모에게서 태어난 한국인들 중 1.5% (2/130명)에게서 K 항원 양성이 확인되었으며[17], 이는 다문화가정 및 이민가족의 점진적인 확대에 따라 향후 한국인에서도 K 양성 인구의 증가 및 항-K의 발생 빈도가 증가할 수 있어 향후 용혈수혈반응에 대한 가능성을 항상 고려할 필요가 있다. 추가로, 국내 의료기관 또는 혈액원에서 헌혈자에 대한 정보를 기입할 때 국적뿐만 아니라 인종에 대한 정보 또한 제공할 수 있다면, 이전에 한국인에서는 잘 검출되지 않던 비예기항체 또는 혈액형에 대한 기원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인에서 항-K가 발생한 원인은 대부분 추정에 근거하고 있다. 첫째, 헌혈 혈액에 K 항원이 존재한 경우, 둘째, 태아가 K 항원 양성인 경우, 셋째, 세균 등에 의한 감염이 존재한 경우, 넷째, 항-K가 포함된 혈장유래 혈액제제의 투여, 그리고 다섯째는 K 항원 혹은 K유사항원을 보유하는 어떤 물질에 노출된 것이다.
저자들은 한국인 K 항원 양성이 0%라는 역학적 데이터와 본 소속 의료기관에서 경험한 증례들이 대부분 항-K 발생의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기에 증거가 불충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인의 항-K의 발생원인은 K 항원을 가진 헌혈자의 혈액에 의할 것이라는 추정보다는 ‘원인 미상’으로 규정하고, 향후 정확한 증거를 수집하여 다시 그 원인을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K 항원은 Kell 혈액형 시스템의 38개의 면역원성 항원 중 하나로, 심각한 용혈수혈반응(HTR)과 태아신생아용혈질환(HDFN)을 유발한다. K 항원의 빈도는 인종에 따라 다르며, 서양 인구의 9.02%가 K+인 반면, 한국인에서는 0.0%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항-K의 발생률과 원인도 인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항체 선별/동정 검사에서 간혹 항-K가 검출되었지만, 한국에서는 용혈수혈반응이 아직까지는 보고된 바 없다. 저자들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지난 5년간 확인된 아홉 건의 항-K 사례를 후향적으로 검토하였다.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항-K를 유발하는 것으로 K 항원 양성 헌혈자의 혈액 수혈, 임신, 또는 감염과 같은 명확한 원인은 본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K 항원을 가진 다른 인종의 이민 증가가 항-K 형성의 주된 원인으로 그간 추측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문헌과 본 연구에서 보고된 K+ 빈도를 감안할 때, “알 수 없는 원인”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흔할 수 있으며,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
본 논문에 도움을 주신 민혁기, 양미나, 김상미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